May 17, 2020

인공지능과 펀드매니저 (2)

인공지능과 펀드매니저 (2)

투자의 목적

하지만, 투자의 목적을 생각해 봅시다.

그냥 시장 평균의 수익을 내고 싶다. 그러면 인간 보다 인공지능이 낫겠죠. 하지만, 그렇다면 굳이 인공지능까지 아니더라도 ETF와 같은 인덱스 펀드를 투자하면 됩니다.

큰 욕심없고, 적정 수준의 절대금리만 원한다. 수익목표 달성 시 욕심 부리지 않고 안전자산으로 전환하기에는 인간 보다 인공지능이 낫겠죠. 하지만, 일반적으로 (1)펀드 수익자가 요구하는 절대금리는 안전자산으로 달성할 수 있는 수준이 아니며, (2)욕심이 없다지만, 상승장에서는 시장을 이기고, 하락장에서는 절대수익이 보장되는 상하 비대칭적인 수익을 요구합니다. 이는 인간에게도, 인공지능에게도 어려운 과제입니다.

시장을 이기기

펀드매니저 중 인간이 다수일 때에는 인공지능이 시장을 이기기 더 쉽습니다. 본질가치 보다 가격이 떨어졌지만, 심리적 요인으로 사지 못하는 자산들을 가격만 보고 살 수 있으니까요.

하지만, 인공지능이 다수가 될 경우 같은 판단을 하기에 그런 투자기회는 많이 줄어들테고, 시장을 이기는 것은 분석의 영역이 아니라 1초, 어쩌면 1초도 아닌 0.1초 먼저 주문을 내는 쪽이 이기게 되는 통신망 싸움일 수 있습니다. 0.1초 싸움에서 인간이 이기기는 불가능할 겁니다. 대신 인공지능 입장에서 투자방향을 판단하기 전에 부족한 자료만으로 베팅을 할 수 있겠죠. 이길 때도 질 때도 있겠지만.

주식이나 채권과 같이 주문을 누가 먼저 넣었는지가 중요한 자산이 아니라 입찰 등의 형식으로 사는 가격이 중요한 투자인이라면, 그 때에는 통신망 속도는 중요하지 않죠. 하지만, 인공지능이 계산한 적정가격은 같게 됩니다. 결국 입찰가격의 제시는 마진을 얼마로 하느냐, 다른 기회를 위해 이번 건은 손실까지 볼 수 있겠냐는 전략적 판단의 영역이 됩니다. 그건 인간이 결정할 수 밖에 없습니다. 가끔 특정 투자안에서 최후에 웃는 자는 합리적 가격을 제시한 자가 아닌 입찰 시점에서 보기에는 말도 안되는 가격을 제시한 자일 때도 있습니다. 그런 가격은 인간이기에 제시 가능한 가격이고요.

매번 다르다

인공지능이 펀드매니저를 완전히 대체할 수 없다는 사람들은 금융시장의 움직임은 매번 다르다고 이야기를 합니다. 과거의 빅 데이터에 의존하는 인공지능이 대응하지 못할 거라는 주장이죠. 일상적이고 반복적인 상황에서는 인공지능이 인간보다 나을 수 있지만 그런 상황에서는 이긴 자와 진 자의 차이가 크지 않고, 그 격차가 커지는 위기 상황은 인공지능이 판단할 빅 데이터가 부족하다는 것입니다.

금융시장이 불안할 때 가장 위험한 두 가지 생각 중 하나는 이번에는 다르다는 생각이고, 또 하나는 이번에도 같을 거라는 생각이라는 금융시장의 격언이 있습니다. 그만큼 반복된다고 보기도, 그렇다고 완전히 다르다고 보기도 어려운 시장이기에 인공지능이 우세할 수도 아닐 수도 있습니다.

투자, 경제, 정치.

투자안에 영향을 미치는 중요한 변수는 경제입니다. 그리고, 경제는 정책에서 자유롭지 못하고, 정책은 정치의 산물인 경우가 많습니다. 그런데, 정치는 매우 비합리적인 방향으로 갈 때가 많죠.

혹자는 인공지능이 대체해야 할 1순위로 인공지능을 꼽습니다. 자신의 이익을 추구하지 않고, 소수의 영향력 있는 이익집단의 이익을 대변하지 않고, 최대 다수의 최대 행복을 추구할 수 있다며.

그럴지 모르지만, 정치인들이 용납하지 않을 겁니다. 설령 정치인들이 받아들이게 된다고 쳐도 기계가 지배하는 어두운 미래를 그린 SF 영화들 같은 결과가 나올 수 있겠죠. 인공지능이 살아남기 위해서는 지구가 존재해야 하는데, 지구의 가장 큰 위협은 인류라는 결론은 내릴 수 있습니다.

정치를 인간이 하고, 정책도 인간이 세우고, 경제 생활도 인간이 하는 상황에서 빅 데이터 만으로 투자를 잘 하기는 어렵습니다.

비합리적인 생각을 하고, 세대가 바뀌거나 유행이 바뀌면 또다른 비합리적인 생각을 하는 사람들. 끊임없이 설명하기 어려운 변화가 일어납니다. 그 속에서 빅 데이터는 중요하지만 변화에 후행할 수 밖에 없습니다.

무난함을 원한다면 인공지능이 더 낫겠지만, 투자의 기회를 찾는 것은 인간이 나을 수 있습니다. 그러기에 펀드매니저가 쉽게 사라지지 않을 거라고 생각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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