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ecember 30, 2020

1989년 어느 날의 대화 (듣기)

1989년 어느 날의 대화 (듣기)

"그건 또 누구 말이래?"

그녀가 말했다. 종종 다른 사람 말을 인용하다 보니 그런 모양이다. 자주는 아니었는데. 가끔은 똑같은 말이라도 내가 지어낸게 아니라 누군가 유명인사가 했다고 하는게 더 그럴 듯해 보이니까.

"그건... 내 말이지."

하지만, 이번에는 그냥 생각나는 대로 했었다. 다른 누군가가 먼저 했었을 수도 있지만 그건 잘 모르겠고.

그녀는 나를 쳐다봤다.

"에구, 애쓴다. 정말."

그녀는 알 수 없다는 표정으로 고개를 가로 저었다. 

"그런데 넌 왜 나한테 그렇게 잘 해줘?"

그러다 갑자기 내게 던진 질문. 

"응? 내가?"

글쎄... 잠시 생각해본다. 사실 내 말을 끝까지 들어준 사람은 많지 않았다. 말이 느리고, 쉼표도 길었으니. 내가 잘 해준게 아니라 그래도 넌 내말을 끝까지 들어줬으니 굳이 말하자면, 네가 내게 잘 대해 준 것일지 모르겠다.

갑자기 옛날 일이 떠오른다. 나는 한때 내가 말을 하는 걸 귀찮아 해서 그렇지 맘만 먹으면 말을 잘 할 수 있다고 생각한 적도 있다. 그때도 사실은 내가  말을 잘 한게 아니라 듣는 사람이 잘 들어준 것이었는데...

하지만, 그런 말은 하지 않고, 그냥 웃었다.


맥문동(麥門冬, Liriope)의 꽃말은 겸손, 인내, 기쁨의 연속이라고 합니다. 문득 인내를 갖고, 들어주었기에 기쁨이 이어진 건 아니었을까 생각이 듭니다.

No comments:

Post a Com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