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89년 어느 날의 대화 (실수)
말없이 그녀의 곁에 서 있었다. 쪼그려 앉아있던 그녀는 고개를 들어 나를 쳐다봤다.
"왜 거기 있어? 난 네가 정말 꼴보기 싫어. 모든 걸 다 이해하고 위로하려는 게. 아무것도 모르면서 잘난 척하는."
짜증 섞인 그녀의 말에서 묻어나는 슬픔.
"맞아. 난 너를 잘 모르고 이해하지도 못할거야. 옆에 서있었던 적은 있어도, 네가 되어본 적은 없으니까."
"그래서?"
"단지 난... 너도 알다시피 난 실수를 많이 하잖아."
"어휴 답답해. 그래서? 그래서 하고 싶은 말이 뭔데?"
"내가 실수가 잦다보니... 그냥... 사람은 누구나 실수를 할 수 있다고 생각해. 너도, 그리고 나도. 그리고 그게 더 인간답잖아. 난 실수를 전혀하지 않는 사람보다는 실수를 하는 사람이 더 좋더라."
남들도 나처럼 실수를 저지를 수 있는 사람이라는 사실을 받아들이면, 타인을 훨씬 더 객관적인 눈으로 바라볼 수 있게 된다. 앨버트 엘리스.
If you accept the fact that others can make mistakes like you does, you will be able to look at others with much more objective eyes. Albert Ellis.
짧았던 대화. 돌아보면 그건 그녀가 아닌 나 자신에게 하고 싶었던 말이었다는 생각이 든다.
"다른 사람을 죽이거나 다른 사람의 인생을 파괴하는 돌이킬 수 없는 실수만 아니라면..."
"내참, 아예 날 그런 사람으로까지 보는거야?"
발끈하는 그녀 앞에 난 당황해했다.
"아니, 난... 그런게 아니라.."
일부러 당황한 척하는 것은 아니지만, 그런 모습을 보며 그녀의 마음은 풀리고는 했다.
새로운 시작을 원했던 그녀. 문득 새로운 시작을 응원한다는 프리지아(freesia)가 떠오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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