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도 원래부터 해외여행이 자유로웠던 건 아니야. 88올림픽이 끝나고, 다음 해인 1989년이 되어서야 자유화가 되었지. 어느새 30년이 다 되어가네. 그 사이 참 많은 사람들이 해외로 나가고, 비행기를 탔지.
비행기, 특히 대형 여객기를 볼 때마다 난 참 신기하다는 생각이 들었어. 이렇게 크고, 무거운 비행기가 어떻게 하늘을 날 수 있을까? 더구나 이렇게 많은 사람들을 싣고서. 그리고 궁금해하기도 했어. 과연 항공사들은 비싼 항공기를 몇 대나 갖고 있을까?
국내 항공사 중 가장 많은 항공기를 보유하고 있는 건 대한항공이야. 2015년 기준으로 약 160대 정도를 보유하고 있지. 그렇다고 모두 다 대한항공이 자기 돈으로 산 건 아니야. 회사가 직접 자금을 조달해서 사기도 하지만, 항공기 리스사로부터 리스를 하기도 하지. 항공기 구입 등 항공기와 관련된 금융들을 통틀어 항공기 금융이라고 해.
리스는 다시 금융리스와 운영리스로 나뉘어져. 둘 다 항공사가 리스사에게 리스료를 내고 항공기를 빌린다는 점은 같아. 가장 큰 차이점은 리스기간이 끝난 후야. 금융리스는 리스기간 종료 후 항공사가 소유권을 갖는다는 점에서 차입에 가깝고, 운영리스는 리스기간이 끝나면 다시 리스회사가 가져간다는 점에서 실질적으로 임대라고 볼 수 있지.
이런 리스를 많이 하냐고? 차입해서 항공기를 구입하거나, 금융리스를 이용할 경우, 차입금 증가로 회사의 재무제표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치다 보니 점차 운용리스를 이용하는 비중이 늘고 있다고 하지. 세계에서 항공기를 가장 많이 보유한 회사는 항공사가 아니라 항공기 리스사라고 해. 가장 큰 항공기 리스사인 GECAS가 보유한 항공기는 2015년 기준 약 1,600대라고 하니 놀랍지.
이런 항공기 리스의 확대는 투자자들에게는 또 다른 투자기회를 만들어 주었어. 항공사가 자체적으로 항공기를 구입할 때는 항공사의 주식이나 회사채를 매입하는 수준의 제한적 참여였다면, 이제는 재무적 투자가들이 직접 참여하기도 하게 되었거든.
투자자들이 항공기 자체를 구입해서 임대하여 임대기간 동안 수익을 얻고 임대기간이 종료되면, 항공기 매각을 통해 매각 수익을 얻는 구조야. 그리고 해당 항공기 구입을 위해서 선순위, 중순위, 지분투자 등 상환우선순위와 기대수익률이 다른 여러 종류의 트랜치로 나뉘기도 해.
항공기 금융은 안정성이 부각되며, 기관 투자자들로부터 많은 인기를 끌고 있지. 특히, GE가 2008년 금융위기 이후 금융업을 영위하던 자회사, GE캐피탈의 사업부를 매각하면서도 항공기 금융 부문인 GECAS만은 남겨두면서, 일부에서는 그만큼 항공기 금융업의 전망이 밝기 때문이라고 말하기도 했지. 하지만, 그렇다고 위험이 없는 건 아니지.
항공기 금융 역시 여러가지 위험들이 있는데, 그 중 가장 큰 요인 중 하나는 임대한 항공사의 신용위험이지. 항공사가 임대료를 지급하는 주체이기 때문에 항공사가 파산하게 되면 수익이 발생하지 않아. 소유권이 리스회사나 SPC에 있기 때문에 항공사가 파산해도 항공기는 남아 있어서 안전하다고 말하는 사람들도 있는데, 그럴 경우 다른 항공사를 찾아서 리스계약을 다시 맺거나, 항공기를 중고시장에 팔아야 해. 아무것도 없는 것보다 손실이 제한적이기는 하지만, 이 과정에서 원금의 손실을 입을 수 있어. 실제로 2008년 유리자산운용이 운용했던 ‘유리스카이블루사모특별투자신탁 제1호’ 펀드가 태국의 저가 항공사와 리스계약을 맺었다가, 태국에서 대규모 반정부 시위가 발생하고, 금융위기까지 겹치며 항공사가 파산하고 펀드에 손실이 발생한 사례도 있지.
항공사가 파산하여 계약이 종료되든, 계약이 만료되든 운영리스의 경우 원금상환을 위해항공기를 매각해야지. 그러다 보니, 항공기의 중고시장 가격에 영향을 받을 수 밖에 없어. 투자시점과 만기시점의 담보가치 대비 대출금액 비율(LTV)이 중요하지.
중고기 항공기 시장은 안정적이라는 이야기들을 많이 하지. 항공기 공급은 사실상 보잉과 에어버스 2개사에 불과한 반면 항공사는 많기 때문이야. 이러한 시장 환경에서 대형 항공사들은 항공기 도입 시 신규 기종을 주문하게 되지만, 저가 항공사들은 비용 등의 이유로 중고 항공기를 선호하게 되지. 또한, 여객기로 사용하던 중고 항공기는 화물기로도 팔리기 때문에 비교적 높은 유동성과 안정적인 중고가격을 유지한다고 해.
하지만, 영국의 BREXIT 투표 결과나 미국의 대선 후보 트럼프의 발언과 인기 등을 고려하면, 경기가 어려워지면 글로벌화가 퇴색할 위험은 언제든지 있어. 또한, 빈부격차가 확대되면 고급화로 전환한 대형 항공사는 오히려 승객이 더 많지만, 저가 항공사는 고전할 위험도 배제할 수 없지. 이렇게 되면, 최악의 경우 저가 항공사의 연쇄 부도로 이어져서, 중고 항공사를 살 곳이 줄어들면서 동시에 파산 항공사의 항공기가 매물로 나오며 공급은 늘어나서 중고 항공기 가격이 폭락할 가능성도 존재하지.
이건 비단 항공기 금융 뿐만 아니라 담보에 대해 맹신하는 모든 부문에 동일한 위험이기도 하지. 특정 담보에 대한 쏠림이 있을 경우, 해당 업종 자체가 위기를 맞게 되면, 연쇄부도와 담보물의 대량 매물로 해당 담보가치가 최초 투자 시 예상했던 것보다 큰 폭으로 하락하는 것은.
따라서 중고 항공기 가격에 대한 장밋빛 전망 보다는 낮은 LTV 등 좀더 안정적인 구조의 투자를 할 필요가 있어.
Image: Qantas Boeing 747-400 (VH-OJP) takes off from London Heathrow Airport, England by Adrian Pingstone (Arpingstone) from Wikimedia Commons (https://commons.m.wikimedia.org/wiki/File:Qantas_b747-400_vh-ojp_arp.jpg) in the public domain

No comments:
Post a Com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