채권형 대체투자, CDO (Collateralized Debt Obligation).
헤지펀드에는 주식형만 있지는 않았지. 아예 투자대상을 가리지 않는 펀드들이 많았는데, 국채를 이용해서 사고 파는 전략을 구사하거나, 회사채와 같은 크레딧물에 투자하는 채권형 헤지펀드도 있었지.
하지만, 채권형 대체투자로 유명한 것은 헤지펀드 보다는 CDO였어. 영화 빅쇼트를 봤으면 금융위기 직전의 분위기를 알겠지만... 참, 19금 영화다 보니 못봤겠구나. 굳이 19금으로 만들 필요가 있었을까 싶은데.
극단적으로 비난하는 사람들은 CDO를 쓰레기를 모아 놓으니 사람들이 보석으로 착각하는 말도 안되는 상품이라고 하지만, 그런 엉터리 상품은 아니었어. CDO를 이해하려면, 자산유동화증권(ABS, Asset Backed Securities)에 대한 이야기를 피할 수 없지. CDO를 따로 구분해 부르지만 결국 자산유동화증권과 같은 종족이라고 볼 수 있거든. 여기에서는 영어 약어들이 마구 쏟아져 나오니 처음 접하는 사람들은 어렵게 느낄 수 밖에 없는데 하나씩 보다보면 사실 대단한 건 아니지. 많은게 문제일 뿐.
자산유동화증권은 기본적으로 유동성이 떨어지는 자신들을 특수목적회사(SPV, Special Purpose Company)에 모아서 채권 같은 증권 형태로 만들어 내는 기법이야.
기본적으로 유동성이 떨어지는 자산들을 특수목적회사에 모으는 풀링(pooling)과 모아진 자산들을 원자산들과는 다른 수익-위험을 가지는 유가증권 형태로 만들어 내는 트랜치(tranche) 개념이 중요하지.
이때, 신용등급이 낮은 회사채를 모아서 신용등급 높은 채권과 고수익을 추구할 수 있는 지분(equity)로 나누면 CBO (Collateralized Bond Obligation)이 되지.
대출채권은 주식이나 채권 보다 유동성이 낮은데, 이런 자산을 모아서 만들어내면 CLO (Collateralized Loan Obligation)가 되지.
꼭 회사채는 회사채끼리, 대출채권은 대출채권끼리 묶어 놓을 필요가 있을까? 그런 구분없이 담을 수 있는게 CDO (Collateralized Debt Obligation)야.
CDO에 편입할 수 있는 자산은 다양했고, 그 특성에 따라 좀더 세분화 되기도 했지. 자산유동화증권을 주로 담는 ABS CDO, 상대적으로 신용등급이 낮은 CDO의 하위 트랜치를 모아서 만든 CDO의 CDO (CDO of CDOs). CDO 자승 (CDO Square, CDO^2)이라고도 불렸지. 그리고 CDO Square를 담은 CDO 삼승 (CDO Cube, CDO^3)까지 팔리기 시작했어.
CDO에 CDO를 넣는다는 것은 어떤 의미일까?
이자율 10%, BB등급으로 같지만 발행자는 서로 다른 대출채권 10개를 각 100원씩 SPV에 넣고, 이를 바탕으로 AAA 400을 5%에, A 300을 7%에, BBB 100을 9%에, BB 100을 11%에, 그리고, Equity 100을 발행했다고 가정해 보자. 이자수입은 총 100원이고, 지급할 이자는 61이니, 편입한 채권 중 부도가 나지않으면 equity 투자자는 연 39%의 수익을 기대할 수 있지.
이때, BB 등급의 CDO 10개로 CDO^2를 만들어 내면, AAA 400을 5.5%에, A 300을 8%에, BBB 100을 10%에, BB 100을 12%에 발행할 수 있지. 이자수입은 총 110원인데, 지급할 이자는 68이니, 편입한 채권이 부도가 나지 않으면, equity 투자자는 연 42%의 기대할 수 있어.
그리고, BB등급의 CDO^2 10개로 CDO^3을 만들면 어떨까? AAA 400을 6%에, A 300을 9%에, BBB 100을 11%에, BB를 13%에 발행하더라도 equity 투자자는 연 45%의 수익을 기대할 수 있지. 만들어낼수록 동일 등급에 더 높은 수익을 올릴 수 있는 상품이 되는 거야.
그럼, 10개 중 하나의 채권이 하나도 못받게 된다고 가정해볼까? 내가 직접 10개를 투자했었다면, 평균 신용등급 BB인 포트폴리오에서 10%의 손실이 발생했었겠지.
CDO를 투자했다면? Equity 투자자는 100 중 100을 다 날리겠지만, BB등급과 그보다 높은 등급 CDO에 투자한 투자자들은 원금손실이 전혀 없어.
CDO BB등급 트랜치가 무사하니, CDO^2나 CDO^3는 심지어 equity 투자자들도 전혀 손실이 없지.
정말 좋은 상품이지? 동일 등급대비 수익은 높고, 위험은 낮으니. 뭔가 이상하다고?
그래, 맞아. 그게 다가 아니거든.
이번에는 10개 중 하나가 아닌 2개가 부도가 나고, 회수율이 30%였다고, 가정해 볼까?
포트폴리오를 직접 보유하고 있었으면, 20%가 부실화되고 그중 30%를 회수했으니, 20% × (1 - 30%)인 14%의 손실이 발생했겠지.
CDO를 투자했다면, 전체 1,000원 중 발생한 손실 140원을 후순위권자 부터 흡수하게 되지. AAA~A는 손실이 없지만, BBB는 손실이 발생한 140원 중 equity에서 우선 손실을 감내하는 100원을 제한 40원의 손실이 발생해서 비율로는 40%의 손실이 발생하고, equity는 한푼도 건지지 못해.
그런데, BBB급 CDO가 모인 CDO^2로 넘어가면 1,000원 기준 140원이 아닌 400원의 손실이 발생하게 되지. 그러면, equity 100, BBB 100을 보유한 사람은 100% 손실이 발생하고, A도 300 중 200이나 손실이 발생해.
CDO^3로 넘어가면, 편입된 BBB등급 CDO^2가 0원이 되었으니 CDO^3는 equity 부터 AAA까지 모든 트랜치가 100% 손실을 보게 되는 구조야.
실제채권만 이렇게 유동화된 것은 아니었지 신용파생상품으로 만든 합성 CDO (Synthetic CDO, 또는 Collateralized Synthetic Obligation, CSO)까지도 있었어.
신용파생상품을 긍정적으로 보는 사람은 특정기업에 대한 대출이나 채권을 많이 보유해서 신용위험이 커졌는데 물리적으로 줄일 수 없는 경우 계약을 통해 위험을 줄일 수 있는 좋은 기법이라고 말하지. 그런데 부정적으로 보는 사람들은 스포츠에서 경기결과에 대해 구경하는 사람들이 베팅을 하듯이 어떤 기업이 망할지 아닐지에 대해 제3자들끼리 하는 베팅이지 무슨 투자기법이냐고 비하하기도 하지.
투자 수요가 아무리 많더라도 일반 CDO는 실제 채권을 기반으로 하다보니 무한정 커질 수는 없었어. 그래서 CDO^2, CDO^3까지 재활용식으로 만들어 낸거기도 했겠지만. 신용파생상품으로 만든 CDO의 가장 큰 장점은 투자자가 원하는 트랜치를 원하는 금액만큼 만들어낼 수 있다는데 있어. 그런데 관련 위험이 얼마나 큰지, 어떻게 전이되어 가는지 알 수 없다는 심각한 문제도 같이 있었지.
대부분 수익률, 회수율, 상관관계, 평균 등 통계적 기법을 활용해서 만들어졌지. 시각에 따라 금융시장에 사기가 판쳤다는 사람도 있고, 금융공학의 전성기였다고 보는 사람도 있지.
자산의 다양성 외에 중요한 특징이 있는데 그건 바로 운용 CDO (Managed CDO)였어. 어느 정도 제약조건이 있지만, 그 제약조건을 충족시키는 한 매니저가 자유롭게 운용할 수 있었지. 때로는 대출이나 회사채에 투자하는 크렛딧 펀드(Credit Fund)와 구분이 모호하거나, 경쟁관계가 되는 CDO들도 있었어.
Image: Synthetic CDO Diagram by Financial Crisis Inquiry Commission from Wikimedia Commons (https://commons.m.wikimedia.org/wiki/File:Synthetic_CDO_Diagram_-_FCIC.png) / Public domai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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